아름다운재단과 비영리IT지원센터는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의 활동가와 운영자, 대표자 여러분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같은 활동가의 디지털 전환 사례와 전문가의 노하우를 참고하실 수 있도록 칼럼 <우리 IT가 좋아졌어요 - 알고보면 더 재미나는 IT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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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영리를 위한 IT 하소연
② 비영리 활동에 필요한 IT 역량
글 : 손가득 (울산시민연대 활동가)
앞서 칼럼에서 우리 단체의 IT 도입에 대한 하소연을 구구절절 적어보았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지만 지면에 다 담았다면 우리 처장님이 원고료를 포기하더라도 게재 자체를 막으셨을 것 같아 매우 절제하며 문장을 써내려 갔던 것 같다.
이번 주제는 제목과 같이 ‘비영리 활동에 필요한 IT 역량’이다. 평소 나와 우리 조직의 IT 역량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번 주제를 마주하고 과연 우리에게 그런 게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실제로 IT와 관련이 없는 분야의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라면 운영이나 활동에서 그렇게 IT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IT를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삶의 자리에서 많은 부분들이 디지털화 되어 더욱 손쉽게 우리의 감각들이 채워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이다.
먼저, 비영리단체에게 IT란 지금까지 ‘덤’이었다. 비영리단체의 IT란 회원 중 누군가, 상근활동가 중 누군가 IT에 익숙한 사람이 있다면 그제서야 한 번 시도해보는 정도의 분야였을 것이라는 말이다. ‘덤’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괜찮은 것’ 정도로 말하면 좋을 것이다. 필요한 것 같긴 한데 잘 알진 못하고 실제로 도움이 될지 효과적일지 어떨지 가늠도 잘 안 되고, 반면 그간의 운영과 활동에 IT 없이도 잘 해왔고, 익숙한 것에 변화를 주는 게 귀찮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것이 지금까지 비영리단체의 IT가 아니었나 한다.
‘덤’에 이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IT는 ‘더욱 손쉽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렵고 귀찮기만 하다면 ‘과연 IT는 왜 필요한가?’라는 본질적 의문밖에 남지 않을 듯하다. 물론 그간의 활동에 익숙해 IT라는 변화를 추구한다면 그 시작은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채워져 있고 과거보다 더욱 손쉽게 원하는 정보에 도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현상을 목도한다. 여기서 우리는 비영리 활동 또한 IT를 활용하면 그만큼 더 손쉽게 단체를 운영하고 사람들에게 단체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울산시민연대의 활동 : 온라인 회의 현장
결론적으로 비영리 활동의 IT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비영리 활동의 IT란 ‘덤’이 아니라 단체의 운영과 활동을 ‘더욱 손쉽게’ 만들어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노파심에 계속 얘기하게 되는데, 변화가 어렵겠지만 IT는 익숙해지면 놀라울 정도로 업무를 효율적이고 손쉽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비영리 활동에 IT를 도입하는 활동가에게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먼저 IT 도입으로 야기되는 지출에 대해 운영위원을 잘 설득할 수 있다는 담대한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IT가 우리 단체에 꼭 필요하다는 강한 확신(자기최면)이 있어야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지자체의 행정과 예산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단체로서 조사 및 분석에 그치지 않고 결과물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 이러한 활동을 레거시 미디어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영상 및 웹게시물 형태의 콘텐츠가 소비되는만큼 자체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함을 회원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IT 도입을 이뤄내야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간절함이 필요하고, 내가 조사한 자료와 결과물들을 지구가 멸망할 그 날까지 무조건 남겨야겠다는 집념이 필요하다. 단체가 그동안 축적한 자료들은 그 자체만으로 단체의 역사이며 단체가 쌓아 올린 업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료들이 필요할 때 즉시 찾을 수 없는 상태라면 업무 효율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자료 자체도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그러므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해야 한다는 생각을 비영리 단체 활동가라면 기본적으로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울산시민연대의 활동 : 세월호 기억식 현장중계
지금까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비영리 활동에 필요한 IT 역량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은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이 IT에 선뜻 손을 내밀어보자는 것이다. 원대하고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단 개인 일정부터라도 공유 캘린더를 이용해 사무처 구성원들과 공유해보자는 얘기다. 이 글 내내 얘기하지만 비영리단체의 IT 도입은 미루려면 본인이 활동가를 그만둘 때까지, 단체가 사라질 때까지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신입 활동가를 위해서라도, 단체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한 회원들을 위해서라도, 쌈박한 콘텐츠로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가질 일반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비영리 활동의 IT 도입을 꼭 업무의 우선순위에 둘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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